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우리의 유치하고 소란스러운 단 한 번뿐인 여름의 시작이었다.

  • Note : Ceci est une chronique en coréen d’un roman japonais, écrite pour des lecteurs coréens. Le livre m’a été fourni par une maison d’édition coréenne. Je mettrai cet article à jour s’il apparaît sur Goodreads.
  • Note: This is a Korean-language review of a Japanese novel, written for Korean readers. The book was provided by a Korean publisher. I’ll update this post if it becomes available on Goodreads.

아름다운 이야기 뒤에 남아 있던 밤에 대하여

​

프롤로그를 읽다 잠시 멈췄다.

작중 화자인 고등학교 교사 우노하라는 자신의 학생인 쓰마도리를 향해 폭력적인 상상을 반복한다.

처음에는 이 긴장감이 어디로 향하는지 잘 잡히지 않았다.

‘어…? 추리 소설인가?’ 싶은 생각도 스쳤다.

이야기의 방향을 가늠하지 못한 채 몇 장을 더 넘겼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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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지만 책을 다 읽고 다시 프롤로그로 돌아왔을 때, 이 장면은 전혀 다르게 보였다.

누군가를 해치려는 예고라기보다는, 이미 균형을 잃어버린 한 사람의 위태로운 상태를 먼저 보여주는 부분처럼 느껴졌다.


p. 24

이야기는 현실과 작중 소설인 『너와, 푸른 하늘을 유영하다』를 오가며 진행된다.

우노하라는 중고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 소설 속에서 자신의 과거를 발견한다.

7년 전, 시한부였던 동급생 히무라와 보냈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.

다만 우노하라의 기억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.

소설 속 이야기는 지나치게 아름답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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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런 거짓말뿐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버린 바람에 나는 지금 내 존엄이 처참하게 짓밟힌 기분이라고.

p. 107

이 문장을 읽고 나서야 우노하라의 분노가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알 것 같았다.

그가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과거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는 사실보다, 자신이 겪었던 아픈 시간들이 너무 아름답게 포장되어 ‘감동적인 상품’처럼 변해버린 점이었을지도 모른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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실제 히무라는 소설 속 주인공처럼 당당하고 멋진 ‘체육관의 라흐마니노프’가 아니었다.

그녀는 주목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, 관계의 그늘에 숨어 있던 사람이었다.


p. 288

편집자 이누카이는 작중 소설 속 두 주인공을 떠올리며 우노하라-히무라 두 사람을 ‘무지갯빛 물고기’라 상상했었지만, 그들은 빛이 들지 않는 곳에서만 숨 쉴 수 있는 ‘심해어’에 더 가까웠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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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낭만이 아니라 절박한 생존 조건처럼 들린다.

낮에는 남들의 시선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연기해야 했던 그들이, 오직 밤의 어둠 속에서만 진짜 자기 모습으로 헤엄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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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후 이야기는 두 사람이 자라온 고향으로 향한다.

우노하라는 그곳에서 오랫동안 피하고 있던 기억들을 하나씩 마주한다.

읽는 나 역시 이제는 이 이야기의 결말보다, 그 끝에 어떤 감정이 남을지에 더 집중하게 됐다.


p. 302

왜 이제야 떠오른 것일까. 밤에만 헤엄칠 수 있었던 우리의 시작은 찰나였지만 눈이 부셨다.

p. 302

그는 아프지만 진실한 자신의 웃음을 되찾는다.

비록 그 헤엄이 밤에만 가능했을지라도, 그 어둠 속에서 나눴던 마음이야말로 무엇보다 정직한 진실이었음을 느끼게 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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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시 한 번 읽었을 때 감정적 여운이 더 많이 남는 책.


※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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